푸른 종이 울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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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Moratorium
by 안단테♪








(글을 쓸 때 들은 BGM이 겻들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막장 스토리입니다)







BGM: よるのないくに2 - Молчание и гнев






■■■








[가을빛 마녀와 잿빛 유령 (15)]


 세계를 수많은 법칙으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한 법전이라고 했을 때, ‘광기’라 불리는 힘은 그 세계대법전의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현상을 통칭하는 말이다.

 마녀나 관리사들이 사용하는 일명 ‘마법’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힘.
 그들이 일으키는 마도현상은 직접적이건 간적접이건 간에 별의 의식구조체에 자극을 주어 관념을 물질화시키는 데 그 기본원리가 있다.

 하지만 ‘광인’이라 불리는 이능력자들은 개인의 심리心理를 통해 세계의 법리法理를 변형시킨다. 말하자면 침략자. 생물학적으로만 인간일 뿐이지 그 정신구조는 외계外界에서 침공해 들어오는 우주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아, 또…… 또 떠나버렸어. 결국 마지막에 이기는 건 불행…… 언제나 내게서 소중한 것들을 가져가 버리고 말아…….”

 나루의 광기心理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심애深愛』.
 그 특성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협하는 그 모든 것을 베어낼 수 있는 참살법리. 나루狂人에게 ‘불행’으로 지정된 것은, 어떤 사물이건 어떤 사람이건 간에 처참히 난도질당할 운명에서 도망칠 수 없다.

 “불행은, 언제나 밖에서 와…… 아무리 잘라내도…… 아무리 베어내도…… 아무리 갈기갈기 찢어발겨도…… 계속, 계속, 계속 다시 나타나…….”

 나루는 어느새 다시 손에 식칼을 들고 있었다.
 물론 그 식칼은 실제 현존하고 있는 도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과거 자신을 지켜주었던 친언니의 상징으로서 매번 나루에게 소환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진정한 원흉은……!”

 촤악. 거세게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 나루는 식칼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는 팔을 크게 휘둘러 그 피를 마치 행위예술가의 페인트라도 되는 마냥 공중에 흩뿌렸다.
 진아는 나루를 걱정할 새도 없이 그 기이한 광경에 멍하니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날개……?”

 공중에 흩뿌려진 핏줄기는, 그대로 땅에 떨어지지 않고 진아의 말마따나 나루의 등 뒤에 날개 같은 형상의 기이한 무언가를 형성했다.

 징벌의 천사, 타락한 천사, 또는 악마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핏빛의 무시무시한 구조물.
 그것은 위력 또한 그 겉모습만큼이나 흉포했다.

 “진짜 원흉은 바로 세계! 이 세상 자체야! 이 세상이 내게 자꾸 불행을 가져와! 그럼, 그럼 없앨 수밖에 없잖아? 원흉世界 그 자체를 잘라내는 수밖에 없잖아!?”

 피눈물을 흘리며 일그러진 웃음을 짓는 나루. 금색 눈동자가 강렬히 반짝이는 순간 등 뒤의 핏빛 날개가 거세게 움직였다.

 “……!”

 바둑판처럼 잘게 나뉘어 허물어지는 담벼락. 종잇장처럼 사정없이 찢겨나가는 승용차. 보이지 않는 거대한 괴수가 할퀴고 지나간 듯이 깊숙이 파인 콘크리트 바닥……. 나루의 피로 형성된 핏빛 날개는 그 자체가 거대한 칼날이나 마찬가지였다.
 유화는 쓰러진 채로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결국 저 아이는, 완전히 폭주發狂하고 말았다……. 내가 본 미래에선, 나와 마녀가 온전히 힘을 합쳐도…… 폭주한 저 아이를 막는데, 7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거늘……. 한데 지금 난 네놈에게 당한 덕분에, 행동불능이지……. 상황은, 최악이다…….」

 “…….”

 진아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유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멍청한, 놈…… 이제,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좀 알겠느냐……? 지나간 일을 탓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 어서, 도망쳐라…… 그리고 마녀에게 가서, 협조를 구해……. 날 쓰러뜨린 그 실력이라면, 마녀의 제작품artefact으로 중무장을 하고 겨룬다면, 어쩌면 승산이…….」

 그러나 진아는 오히려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으며 불쑥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이 악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굳이 치자면 선한 쪽에 속하는 사람이겠죠. 보다 많은 사람들의 평온을 위해 스스로 죄를 짓는 걸 감수할 만큼은. 하지만, 당신의 방법은 분명히 잘못되었어요.”

 「또 그 얘긴가…… 그럼, 나도 다시 묻지……. 달리 방도가, 있나……? 난, 신이 아니야…… 원인을 미리 제거하는 데만도, 힘에 부친다…… 그런데도 넌, 사람들을 구할 방도가…… 달리 있었다고 말할 셈이냐……?」

 유화의 물음에 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없어요. 하지만 그걸로 된 거예요. 어차피 사람은 ‘사람들’을 구할 수 없어요. 저도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질 수 없었겠죠.”

 「무슨, 뜻이지……?」

 “별 거 아니에요. 우리 손이 한줌밖에 안 된다는,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에요.”

 더는 시간이 없다. 진아는 나루가 광기의 칼날을 사람들에게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진아의 기척을 느낀 나루가 비스듬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응? 아직도 거기 있었어요? 내게 죽기 전에 도망치라고 최대한 무시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찾아오다니 정말 바보 같네요. 음? 하지만 이 세상 모든 걸 다 찢어버릴 예정이니까, 어차피 지금 죽나 나중에 죽나 큰 차이는 없나? 아하하하하.”

 피눈물을 흘리는 금빛 눈동자. 진아는 밤의 그림자로 짜인 장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과연, 괜히 ‘광인’이라 불리는 게 아닌가 보네.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언제나 불행이 세상을 통해서 온다면…… 아니 이 세계 자체가 불행이라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선, 세계를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는 걸요. 이제 언니들도 없는 세상이라면, 더는 미련 가질 것도 없으니 잘 됐죠!”

 나루의 등 뒤에 떠 있는 핏빛 날개 중 한쪽이 길게 늘어나 진아를 향해 덮쳐왔다. 하지만 진아는 가만히 나루의 얼굴을 마주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

 주룩. 진아의 목덜미에서 가는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핏빛 날개는 진아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아주 살짝 방향이 빗나갔어도 절명했을 위험한 순간이었으나, 진아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루는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흐응. 왜 도망치지 않나요? 다음은 없다고요?”

 “알고 있어.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지. 그렇다면, 나도 널 믿을 뿐이야.”

 진아의 조용한 대답과 대조적으로 나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믿어? 믿는다고? 뭘? 누구를? 언제나 불행을 날아오는 세상을? 아니면 거기에 허덕이는 나를? 어느 쪽이든 역겨워…… 역겹다고요……!”

 재차 진아를 향해 뻗어오는 핏빛 날개. 이번에는 빗나가는 일 없이 정확히 진아의 목을 노려 날아들고 있었다.

 “한계를 넘어섰네. 뭐 좋아. 나도 처음부터 말로 끝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쩡! 진아는 칼날 그 자체인 나루의 날개를 피하지 않고 주먹으로 그대로 받아쳤다.




BGM: よるのないくに2 - 戦恋歌


 “……!”

 예상치 못한 충격에 비틀거리는 나루. 진아는 그 틈을 타 한발자국 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가, 오지 마……!”

 나루의 강한 거절. 핏빛 날개가 어지럽게 요동을 치며 깃 하나하나가 칼날이 되어 진아를 절단하기 위해 쇄도해온다.

 “싫어.”

 쩡쩡쩡쩡쩡쩡. 진아는 놀리듯이 짧게 답하며 자신을 포위한 붉은 궤적을 한순간에 전부 쳐냈다.
 그 여파에 부셔지고 갈라지고 넘어가는 벽들과 차들과 나무들. 진아는 언뜻 토네이도라도 휩쓸고 지나간 것만 같은 참상을 곁눈질하며, 관리사가 이 근처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술법을 걸어놓아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손에 통증이…….’

 어떤 충격도 흡수하는, 밤의 그림자로 짜인 검은 장갑. 이론상으로는 낙하하는 운석과 충돌해도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광인의 힘은 그 어떤 추론도 무색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광기의 진정한 무서움. 개인 내면의 소우주가 세상 외부의 대우주를 압도해 집어삼키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쩡. 쩡. 쩡. 인체에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는 핏빛 날개를 모두 쳐내며 진아는 입을 열었다.

 “선생님을 잃어 슬픈 마음은 알아. 물론 주제넘게 네 슬픔을 전부 이해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나도 선생님을 좋아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

 그러나 진아의 말은 도리어 나루의 살의를 자극할 뿐이었다.

 “나와 슬픔을, 공유할 수 있다고……? 웃기는 소리! 그럼 왜 그렇게 멀쩡한 거죠!? 어째서 미치지 않을 수 있나요!? 언니를, 시진 언니를 죽게 내버려둔 세상을 어떻게 증오하지 않을 수 있죠!?”

 나루의 안광에 금빛이 더해지며 손에 들고 있는 식칼이 상어의 뼈를 닮은 흉측한 대검으로 크게 성장했다. 동시에 피로 물든 날개가 폭주해 주변을 더욱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윽……!”

 뚝뚝. 장갑의 찢어진 틈 사이로 핏방울이 떨어진다. 진아는 가까스로 자신을 향한 나루의 참격을 막아냈지만, 검은 장갑의 무효화 효과까지 뚫고 들어오는 충격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진아는 여전히 물러서지 않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맞아…… 분명 난 너만큼 선생님에게 마음을 쏟지 않았을지도 몰라. 연상의 멋진 동성을 동경하는, 그런 한때의 가벼운 감정이었을지 모르지. 그러니, 내가 네 슬픔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어…….”

 “알고 있으면, 좀 닥쳐―――!”

 정확히 진아의 심장을 노리고 질주하는 날개의 참격. 진아가 그것을 주먹으로 쳐내는 순간, 드디어 검은 장갑의 내구도가 한계에 다다랐는지 핏줄기가 사방에 튀었다.
 그럼에도 진아는 고통을 무시하고 나루를 향해 한층 거리를 좁히며 소리쳤다.

 “하지만, 하지만 사랑에 우열이 있는 거야!? 분명 내 마음은 너처럼 절실하지 않았을지는 몰라. 그렇다면 내 사랑은 가짜였던 거야……!?”

 “으……!”

 나루는 당혹감에 잠시 주춤거렸다. 누군가 함부로 자신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는 분노했지만, 역으로 그녀는 사랑에 진지했기에 타인의 사랑 또한 함부로 비웃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폭주發狂한 나루를 아직 일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바로 한발자국 앞까지 다가온 진아는 계속해서 외쳤다.

 “설령 너만큼 뜨겁진 않았다 해도, 선생님을 향한 내 마음은 진짜였어! 그리고, 난 그 사랑했던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부탁한 일을 반드시 해내고 싶어. 난 널, 너 자신의 광기로부터 지켜내고 싶어……!”

 너무 거리가 가까워 날개를 쓸 수 없는 나루는 상어뼈를 닮은 대검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나랑 상관없는 그런 독선적인 이유로, 날 방해하지 마……!”

 퍽. 진아는 대검을 왼손으로 받아냈으나, 검은 장갑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찢어지면서 칼날이 손바닥에 깊숙이 박히고 말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손이 잘리고도 남을 위력이었겠지만, 영웅의 신체를 가진 진아는 아직 얼마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멀쩡한 것은 아니다. 진아는 급속도로 왼손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며 속으로 ‘어쩌면 앞으로 손 못 쓰게 될지도 모르겠네’라고 떨면서도 고통을 꾹 참고 입을 열었다.

 “그, 그런 말을 네가 할 자격이 있냐고 묻고 싶지만, 뭐 그건 나중으로 돌리고…… 확실히 선생님의 뜻을 이어 널 구하고 싶다는 내 마음은, 독선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너랑 상관없다는 말은, 틀렸어…….”

 나루는 싸늘한 눈으로 진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랑 어떻게 상관있다는 거죠? 어디 한번 말해 봐요. 유언으로 들어줄 테니.”

 키리리릭. 핏빛 날개의 형태가 짧은 거리도 닿을 수 있게 변형되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아니 어떤 말을 내뱉든지 처참히 찢겨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진아는 일절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나도 널 구하고 싶어. 선생님의 뜻만이 아닌, 내 스스로의 의지로 말이야.”

 동요한 걸까. 핏빛 날개가 부르르 떨렸다.

 “왜…… 어째서죠? 그쪽과 내가 만난 지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시진 언니를 빼면 아무런 접점도 없는 생판 남인 나를 왜…….”

 진아는 각오를 하듯 가볍게 숨을 들이쉰 후 답했다.

 “귀엽다고 생각했으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네?”

 처음으로 나루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진아는 담담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렇게 예쁜 애가 세상에 절망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는 건 아깝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응. 뭐 흑심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네.”

 “무무무무무, 무, 무슨, 소리를……!”

 귀 끝까지 새빨개진 나루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너, 넌 지조도 없어요? 언니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바람을 가르는 무서운 소리. 나루가 고함을 칠 때마다 핏빛 날개가 매섭게 움직여 진아에게 참격을 가했다.

 “아, 아니면 그건가요? 이상한 말로 날 방심시켜…… 기, 기습이라도 할 생각이었나요? 미,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아요!”

 붉은 궤적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볼에서 팔에서 다리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

 하지만 진아는 칼날을 붙잡은 채 나루를 가만히 응시할 뿐, 다른 움직임은 일절 취하지 않았다.

 “헉헉…….”

 나루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참격을 멈추었을 때, 진아의 주변은 돌멩이 하나 남아 있지 않을 만큼 모든 게 잘게 잘려 있었다. 하지만 진아 본인은 살갗에 살짝 베인 상처를 입은 것을 제외하면 무사했다.
 나루의 숨이 좀 진정되자 이윽고 진아가 입을 열었다.

 “널 처음 봤을 땐 솔직히 위험한 애라 생각했어. 그래서 피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동시에 귀여운 애라 느꼈던 것도 사실이고.”

 “거짓말…….”

 “또 그렇게 가혹한 일을 겪고도 위축되지 않고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야. 선생님이 없으면 세상이 멸망해도 좋다고 여길 만큼 사랑에 모든 걸 바치는 모습이 무서우면서도 예쁘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고.”

 “거짓, 말…….”

 나루는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으나, 진아는 칼날을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널 구하고 싶다는 내 마음은, 진심이야! 선생님의 영향이 없다면 그야 거짓말이 되겠지만, 거기에는 분명 내 의지도 들어가 있어! 널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널 멋지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하고 싶은 거라고!”

 “으, 그런 값싼 멘트로 누굴…….”

 즈즈즈즈. 하지만 말과 달리 나루의 등 뒤에 떠 있던 핏빛 날개는 서서히 날카로움을 잃고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나도 알아. 내가 주제넘다는 거. 너를 구한다느니 어쩌니 거창한 소리를 했지만,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힘으로 널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선생님을 되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진아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쨍그랑. 어느새 상어뼈를 닮은 거대한 검은 평범한 식칼로 돌아왔고, 나루는 그것을 땅바닥에 힘없이 떨어뜨렸다. 떨어진 식칼은 금세 붉은 사철이 되어 시진이 그러했던 것처럼 바람에 날려 흩어졌다.
 진아는 아직 멀쩡한 오른손을 들어 나루의 피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역시, 너와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같이, 불행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린, 서로 같은 사람을 좋아했으니까…….”

 “……!”

 빈손이 된 나루는 상처 입은 진아의 왼손을 감싸 쥐며 소리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나루의 눈동자는 금색에서 다시 원래의 밤색을 되찾았고, 다시 흘러나온 그녀의 눈물은 볼에 스며든 핏물을 조금씩 조금씩 씻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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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sodien.tistory.com BlogIcon ksodien 2018.03.13 00:08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음음,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

    전통의 궁극기 민메이 어택(?)이 대성공했군요. >_<

    • Favicon of http://garamdong.tistory.com BlogIcon 안단테♪ 2018.03.13 08:56 신고 address edit/delete

      All I need is love.

      이번 화를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될지도... 창작물에서 사랑의 힘이란 위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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