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종이 울리는 밤

블로그 이미지
Over The Moratorium
by 안단테♪













...
좀 뒷북인 이야기지만, 저번 주 『Fate / Zero』 11화에서 원작소설 2권의
가장 볼거리라고 할 수 있는 ‘왕들의 연회’를 담은 부분이 방영이 되었지요.

역시 시청자 사이에서 논란이 된 것은 세이버(아서왕)와 라이더(알렉산드로스 대왕)가
서로 간의 왕도(王道)를 놓고 평행선 논쟁을 벌인 부분으로서 어느 쪽의 군주론(?)이
옳은가에 대해 설왕설래 의견 차이가 많았다고 하네요.

허나 정작 애니메이션에서는 방영시간 때문에 안타깝게도 잘린 부분이 많더군요.

그래서 누구의 왕도가 옳은지 올바른 비교를 하기 위해 원작소설의 일부를 번역해볼까 하다가
너무 양이 많은 것 같아 대신 제법 원작을 충실히 구현한 드라마CD 2권의 『성배문답』 트랙과
『왕들의 광연』 트랙의 7분 8초 부근까지 번역해봤습니다.

원래는 이왕 하는 김에 11화에 해당하는 파트 전부를 번역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라이더가 왕의 군세를 사용하는 부분까지는 너무 길기도 한 데다 라이더 쪽이 너무 멋지게 보여(...)
공정한 판단이 불가능할 것 같아 딱 왕들의 논쟁이 마무리되는 부분에서 끊었어요^^;;

다른 분들은 과연 어느 쪽의 왕도(王道)에 찬성하실지 궁금하네요.




■■■




■ 본문에 앞서 간단한 배경 및 인물설명





성배전쟁(聖杯戦争):
만능의 소원장치(願望機)인 성배를 쟁탈하기 위해 일본 후유키시에서 마술사들이 벌이는 사투.
7명의 마술사들이 성배의 힘을 이용해 신화/역사상의 영웅들을 불러내 각각의 서번트(servant)로 삼아
서로 간 혈투를 벌여 최후에 살아남는 1팀만이 성배를 차지할 수 있는 일종의 배틀로얄.

각각의 영웅들은 세이버, 아처, 랜서, 라이더, 캐스터, 버서커, 어새신의 7개 클래스로
임의로 나누어 소환되며 소환된 지역과 그 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성배로부터 부여 받고
약점 등을 들키지 않기 위해 보통은 클래스명으로만 서로를 부름.

생전의 일화가 전설이 되어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의 좌에 오른 영령을 소환하여
일개 패밀리어로 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후유키시 성배의 만능성이 증명된다고 함.




세이버(Saber):
정체는 현세에 소환된 아서왕. 일명 기사왕. 전설에서 전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그 실체는 미소년으로 착각될 정도로 가녀린 소녀. 강직하고 올곧은 성품을 지녔음.




라이더(Rider):
정체는 현세에 소환된 알렉산드로스 대왕(아랍어로는 이스칸다르). 일명 정복왕.
역사에서 전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2m가 넘는 거구의 사내.
호쾌하고 굴절이 없으며 표리가 일치하는 성격으로 이번 왕들의 연회를 마련한 인물.




아처(Archer):
정체는 현세에 소환된 수메르 신화의 길가메시. 일명 영웅왕.
인류최고(人類最古)의 영령으로서 세상의 모든 보구는 그가 가진 보물창고에서 기원한다고 함.
(본인은 신을 싫어한다지만) 신격이 높고 어마어마한 무수의 보구를 소유한 탓인지
성품이 극도로 오만하여 자신 외의 다른 사람들은 “잡종”이라며 업신여김.









[Sound Drama Fate/Zero Vol.2 「성배문답」]




라이더: 오, 이 성에는 중정(中庭)이 있는 건가. 좋군!
자, 네놈들도 앉아라. 앉아!

라이더: 이건 히샤쿠(柄杓)라고 해서 다소 기묘한 형태지만,
이것이 이 나라의 유서 깊은 주기(酒器)라는 모양이다.

라이더: 성배는 그에 합당한 자의 손에 들어갈 운명이라 하더군.
그걸 가리기 위한 의식이 이 후유키시에서 행해지는 투쟁이라는 듯하나,
그저 선별하기 위함이라면 꼭 피를 흘릴 것까지도 없지.

라이더: 영령 간에 서로의 “격(格)”에 납득이 갔다면 그걸로 스스로도 답을 낼 수 있다. 받아라.


세이버: …….

라이더: 호오.

세이버: 그래서, 우선은 이 나와 “격”을 겨루자는 이야기냐, 라이더.

라이더: 바로 그렇다. 양자가 “왕”이라 칭하며 물러설 생각이 없다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지.
말하자면 이것은 『성배전쟁(聖杯戰爭)』이 아닌 『성배문답(聖杯問答)』… 과연 기사왕과 정복왕,
어느 쪽이 보다 “성배의 왕”으로서 어울리는 그릇일까? 그것을 술잔에 물으면 명확해진다는 거다.

라이더: 아아, 그러고 보면 우리들 외에도 한 명 더 “왕”이라 내세우는 녀석이 있었지.


아처: ---흰소리는 그쯤 해두어라, 잡종.

세이버: 아처!


아이리스필: 어째서 이곳에…….

라이더: 아니, 그게 말이다. 거리에서 이 녀석을 발견한지라 일단 권유는 해두었지.
---이거 늦지 않았는가, 휘황찬란. 뭐어, 짐과 달리 걸어왔으니 어쩔 수 없나.

아처: 하필이면 이런 성가신 곳을 『왕의 연회』 장소로 고를 줄이야.
그것만으로도 밑바닥이 보이는군. 이 몸을 일부러 행차하시게 한 무례를 어떻게 사죄할 텐가?

라이더: 뭐어, 그런 딱딱한 소리 하지 말게. 자아, 온 김에 한 잔 들이켜라.

아처: 뭐냐, 이 싸구려 술은? 이 따위 걸로 진정 영웅의 격을 잴 수 있다고 생각한 게냐?

라이더: 그러냐? 이 지역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에선 상당한 일품이던데?

아처: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네놈이 진정한 술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잡종 녀석아.

아처: 보도록 해라. 그리고 깨달아라. 이게 바로 『왕의 술』이라는 거다.

라이더: 오오, 이거 금상첨화로다.

라이더: 오오, 큰소리 친 만큼 이건 향기도 각별하군! 어디…….

라이더: 어이, 세이버! 네놈도 잔을 들지 않겠나.

라이더: 호오, 이거 맛있군!!

세이버: 이건… 어찌나 향기롭고 맛 좋은 술인가. 설마 이 정도의 일품일 줄이야…….

라이더: 굉장하구만, 이봐! 이건 사람이 행한 양조가 아닐 테지. 신대(神代)의 물품이 아닌가?

아처: 당연하지 않나. 술도 검도, 이 몸의 보물창고에는 지고의 재산밖에 들어 있지 않다.
---이걸로 왕으로서의 격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겠군.

세이버: 농담 마라, 아처! 주고(酒庫) 자랑으로 논하는 왕도(王道) 따위 듣기 우습다.
우스갯소리는 왕이 아닌 광대의 역할이다.

아처: 천박하구나. 연회자리에서 술조차 내지 못하는 놈이야말로 왕과는 한참 거리가 멀지 않은가.

라이더: 이봐이봐. 둘 다 논하는 게 시시하군.

라이더: 아처여, 네놈이 가진 극상의 술이야말로 지보(至寶)의 잔에 붓기 어울리다.
허나, 공교롭게도 성배는 주기(酒器)와는 다르지. 이것은 성배를 쟁취할 만한 정당성을 묻는 성배문답.
우선 네놈이 얼마나한 대망을 성배에 품고 있는가, 그것을 듣지 않고선 시작되지 않아.
그럼 아처, 네놈은 한 사람의 왕으로서 여기에 있는 우리 두 사람 다 매혹시킬 만한 대언(大言)을 논할 수 있나?

아처: 주도하지 마라, 잡종.
첫째로 성배를 “쟁탈한다”는 전제부터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처: 애당초 그것은 이 몸의 소유물이다.
세상천지의 보물은 단 하나도 남김없이 그 기원을 이 몸의 창고에 두고 있지.
좀 시간이 경과한 탓에 다소 흩어져 없어지긴 했으나, 그것들 모두의 소유권은 지금도 변함없이 이 몸에게 있다.

라이더: 그럼 네놈은 과거에 성배를 가진 적이 있다는 거냐? 어떤 건지 정체도 알고 있다고?

아처: 모른다.

아처: 잡종의 척도로 재지 마라.
이 몸이 가진 재보의 총량은 이미 오래 전에 이 몸의 인식을 넘어서 있다.
허나 그것이 『보물』이라는 시점에서, 이 몸의 재보임은 명백하지.
그것을 멋대로 들고 가려는 짓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거다.

세이버: 네가 하는 말은 캐스터의 망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착란 중인 서번트는 그 녀석 하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라이더: 아니, 아니지. 과연 어떨까.

라이더: 짐은 어~딘가 이 휘황찬란한 녀석의 진명에 짐작 가는 구석이 있다.
뭐어, 이 이스칸다르보다 거만한 태도를 하고 있는 왕이라는 것만으로도
떠오르는 이름은 하나밖에 없었지만 말이지.

라이더: 그럼 뭐지? 성배를 원하면 네놈의 승낙을 얻으면 된다는 거냐?

아처: 그렇다. 허나 네놈들 같은 잡종에게 이 몸이 보상을 치하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군.

라이더: 네놈, 설마 수전노냐?

아처: 천치놈. 이 몸의 은정(恩情)을 받을 자는 이 몸의 신하와 백성뿐이다.

아처: 그러니 라이더, 네 녀석이 이 몸 밑으로 들어오겠다면
잔 하나 둘쯤은 언제라도 하사해 줄 수도 있지.

라이더: …뭐, 그건 수락할 수 없는 권유다만.

라이더: 그럼 말이다, 아처. 네놈은 별로 성배가 아까운 것도 아니지 않나?
뭔가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 성배전쟁에 참가한 게 아니란 말이지.

아처: 물론이다.
허나 이 몸의 재보를 노리는 도적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심판을 내려야만 하지.
요는 도리의 문제다.

라이더: 그건 즉--- 뭐냐, 아처? 그럼 거기에 어떤 의(義)가 있고, 어떤 도리가 있다는 거지?

아처: 법이다. 이 몸이 왕으로서 선포한 이 몸의 법이다.

라이더: 완벽하군. 스스로의 법을 관철해야 왕이라 할 수 있지.
하지만 말이지~ 짐은 성배가 갖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러니 원하는 이상 약탈하는 것이 짐의 신조다.
왜냐하면 이 이스칸다르는 정복왕이기 때문이지.

아처: 시비를 가릴 것도 없지. 네 녀석이 범하고, 이 몸이 벌한다.
문답할 여지 따위 어디에도 없어.

라이더: 음, 그렇게 되면 남은 건 검을 마주하는 것뿐이다.

라이더: ---허나, 아처여. 아무튼 이 술은 전부 마셔버리지 않겠나?
사투(死鬪)라면 나중에 벌여도 되니 말이지.

아처: 당연하지. 아니면 네놈, 설마 이 몸이 향응한 술을 업신여길 생각이었나?

라이더: 농담 마라. 이만한 미주(美酒)를 가만 내버려 둘 수 있겠나.

세이버: 정복왕이여. 그대는 성배의 정당한 소유권이
타인에게 있다고 인정하고서도 그것을 힘으로 빼앗을 생각인가?

라이더: ---음? 그렇다. 당연하지 않나?
짐의 왕도는 『정복』… 즉 『약탈』, 『침략』에 종결하는 것이니 말이다.

세이버: 그렇게까지 하면서 성배에 무엇을 바라나?

라이더: 수육(受肉), 이다.


웨이버: 하아? 너너너, 너 말이야! 소원은 세계정복이었던 게… 끄악! 아파~~!

라이더: 멍청한 놈. 그저 잔 따위에 세계정복을 맡겨서 뭐하나?
정복은 자기 자신이 이뤄야 할 꿈.
성배에 맡기는 건 어디까지나 그걸 위한 첫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아처: 잡종. 설마 그런 걸 위해 이 몸에게 도전하는 거냐.

라이더: 이봐, 아무리 마력으로 현계하고 있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들은 서번트.
이 세상에 있어선 기적에 가까운… 말하자면 무슨 동화에 나올 법한 나그네 취급이다.
네놈들은 그걸 만족하는 거냐? 짐은 만족 못해.
짐은 전생(轉生)한 이 세상에 한 사람의 생명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싶다.

웨이버: 아, 아파라… 너 그래서 영체화하는 걸 그렇게 싫어했던 거야?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육체에 구애 받는 거야?

라이더: 그것이야말로 『정복』의 기점이기 때문이지.

라이더: 홀몸으로 나 자신을 내세워 천지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것이 정복이란 “행위”의 모든 것.
그런 식으로 개시하여, 밀고나가, 성취하는 것이야말로 내 패도(覇道)다.
허나 지금의 짐은 그 “홀몸”조차 결하고 있지. 그래선 안 돼. 시작될 것도 시작되지 않아.
누구에게도 거리낄 것 없는 이 이스칸다르 단 혼자만의 육체가 있어야만 해.

아처: 정했다, 라이더. 네놈은 이 몸께서 직접 죽여주지.

라이더: 흥, 이제 와서 강조할 것도 없지 않은가.
짐도 말이지, 성배뿐만이 아니라 네놈의 보물창고라는 것을 전부 약탈해버릴 생각이니 각오해두고 있게나.
이 정도의 명주(名酒)를 이 정복왕에게 맛보인 것이 실책이었구나.

세이버: (이런 게 왕도라고? 단지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성배를 구하겠다는 건가.
그런 건 왕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이래선 단지 폭군에 지나지 않은가.)

라이더: 이봐, 그나저나 세이버. 그러고 보면 아직 네놈의 속내만 듣지 못했군.

세이버: 난 조국의 구제(救濟)를 바란다. 만능의 소원장치를 가지고 브리튼 멸망의 운명을 바꾸겠다.








[Sound Drama Fate/Zero Vol.2 「왕들의 광연」일부]



라이더: 이봐, 기사왕. 혹시 짐이 잘못 들은 건지도 모르겠다만.

라이더: 네놈은 지금 “운명을 바꾼다”라고 말했나? 그건 과거의 역사를 뒤집겠다는 뜻인가?

세이버: 그렇다. 설령 기적으로도 이룰 수 없는 소원이라 해도 성배가 실로 만능이라 한다면 분명히---

라이더: 으음, 세이버? 확인해두겠네만…
그 브리튼이라는 나라가 멸망한 건 네놈이 살던 시대의 이야기지?
네놈의 치세 하에 벌어진 일이지 않느냐?

세이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난 용납할 수가 없어. 그렇기 때문에 후회스러운 거다.
그 결말을 바꾸고 싶은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책임으로 벌어진 일이니…….

아처: (웃음소리)

세이버: …아처, 뭐가 우습나?

아처: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며, 모두에게 왕이라 칭송 받은… 그런 녀석이 “후회스럽다”고?
이게 웃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걸작이다! 세이버, 넌 극상의 광대구나!

라이더: 잠깐 기다려, 잠깐 기다려라, 기사왕이여.
네놈, 하필이면 스스로 역사에 새긴 행위를 부정하겠다고 하는 거냐?

세이버: 그렇고말고. 왜 의아해하나? 왜 비웃나?
왕으로서 신명(身命)을 바친 고국이 멸망했다.
그걸 괴로워함이 어째서 이상하다는 거냐?

아처: 어이어이, 들었나, 라이더! 이 기사왕이든가 뭔가 하는 계집은…
하필이면! “고국에 신명(身命)을 바쳤다”는 모양이다!

세이버: 비웃음 당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왕이 된 자라면 이 한 몸 바쳐 다스리는 나라의 번영을 바랄 터!

라이더: 아니, 틀리다. 왕이 바치는 게 아니야.
나라가, 백성이, 그 신명(身命)을 왕에게 바치는 거다. 결코 그 역은 아니다.

세이버: 무슨 말을--- 그건 폭군의 치세지 않은가!
라이더, 아처, 네놈들이야말로 도저히 왕이라 할 수 없는 외도(外道)다!

라이더: 그렇다. 우리들은 폭군이기 때문에 영웅이다.

라이더: 허나 말이지, 세이버.
스스로의 치세를, 그 결말을 후회하는 왕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단지 암군(暗君)이다. 폭군보다 더 질이 나쁘지.

세이버: 이스칸다르. 네놈 역시… 대가 끊기고 쌓아올린 제국은 4등분으로 찢겨나가 무너졌을 터다.
그 결말에 네놈은 어떤 미련도 없다고 할 텐가?
지금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면 고국을 구할 길이 있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는가?

라이더: 없다.

라이더: 짐의 결단, 짐을 따른 신하들의 삶의 끝에 다다른 결말이라 한다면, 그 멸망은 필정이다.
괴로워도 하지. 눈물도 흘리지. 허나 결코 후회하지는 않아. 게다가 그걸 뒤집겠다고!
그런 어리석은 짓은 짐과 함께 한 시대를 쌓아올린 모든 인간들에게 대한 모독이다!

세이버: 아니, 쇠락의 미를 영예로워하는 건 무인(武人)뿐이다.
백성은 그런 걸 바라지 않아. 구제(救濟)야말로 그들의 바람이다.

라이더: 왕에 의한 구제(救濟)라고?
알 수 없군.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냐?

세이버: 그거야말로 왕이 된 자의 본분이다!
올바른 통치. 올바른 치세. 모든 신민(臣民)이 바라는 게 아닌가.

라이더: 호오, 그래서 왕인 네놈은 “올바름”의 노예냐?

세이버: 그걸로 좋다. 이상(理想)에 몸을 바쳐야만 왕이다.
사람들은 왕의 모습을 통해 법과 질서가 어떠한 것인지를 안다.
왕이 체현하는 것은 왕과 함께 없어지는 덧없는 것이어서는 안 돼.
보다 숭고하고 불멸한 것이다.

라이더: 하아아아아… 그런 삶은 사람의 것이 아니다.

세이버: 그렇고말고. 왕이 되고자한다면 사람으로서의 삶은 바랄 수 없다.
정복왕, 그저 자기 한 몸이 아까워 성배를 구하는 네놈에게는 결코 내 왕도를 이해할 수 없겠지.
마르지 않는 욕망만을 채우기 위해서 패왕(覇王)이 된 네놈에게는!

라이더: 무욕(無慾)한 왕 따윈 장식보다 못하다!

라이더: 세이버여, “이상에 몸을 바친다”고 네놈은 말했지. 과연 왕년의 네놈은 청렴하고 결백한 성자였을 것이다. 분명 고귀하고 범접할 수 없는 모습이었을 테지. 허나 말이다, 순교(殉敎)라고 하는 가시밭길을 대체 그 누가 동경하지? 거기서 무슨 애타게 그릴 만한 꿈을 볼 수 있단 말이냐? 성자란 말이다, 설령 민초를 다독거려 줄 수 있다고는 해도 결코 이끌어 줄 수는 없다. 확고한 욕망의 형태를 제시하고 나서야, 극한의 영화를 구가하고 나서야, 백성을, 국가를 이끌 수가 있는 법이다!

라이더: 왕이란 누구보다도 강하게 욕망하며, 누구보다도 호쾌하게 웃고,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분노하며, 청탁(淸濁)을 다 끌어안아 사람의 임계점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자. 그렇게 존재하기 때문에 신하는 왕을 선망하고, 왕에게 이끌린다. 민초 하나하나의 마음에 “우리 또한 왕과 같이” 되자는 동경의 불빛이 켜지는 거다!

세이버: 그런 치세에… 대체 어디에 정의가 있다는 거지?

라이더: 없지. 왕도에 정의는 불요. 그렇기 때문에 후회도 없다.

세이버: …읏!

라이더: 기사들의 영예로운 왕이여. 분명 네놈이 내세운 정의와 이상은 한 때는 나라를 구하고, 신민을 구제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네놈의 이름이 전설에 새겨질 만큼 위업이었겠지. 허나 말이지, 그저 구해지기만 했을 뿐인 무리들이 어떤 말로에 다다랐는가, 그걸 네놈이 모르진 않을 거다.

세이버: 뭐---라고?

라이더: 네놈은 신하를 “구하기”에만 급급했을 뿐, “이끈다”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왕의 욕망』이라는 형태를 제시하지 않아 길을 잃은 신하를 버려두고, 그저 혼자서만 시원스러운 얼굴로 빛 좋은 이상(理想)이라는 것을 애타게 찾고 있었을 뿐이지. 그렇기에 네놈은 진정한 “왕”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왕”이라는 우상에 사로잡혀 있을 뿐인 계집에 지나지 않는다!




■■■




 아처(길가메시)는 말 그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님이 세계최고라는 게 너무 강하게 드러나서 애당초 논할 거리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주가 되는 건 세이버(아서왕)와 라이더(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왕도대결이라 할 수가 있겠군요.

 애초에 군주정과 민주정은 정체(政體)가 확연히 다른 만큼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보통 위정자들에게 바라는 모습을 꼽으라 한다면 역시 세이버의 왕도가 아닐까 싶네요. 군주 자신의 모든 사리사욕을 포기하고 오로지 올바른 법도를 세우는 것과 백성들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열변은 라이더의 지적처럼 흡사 성자(聖者)를 연상시키는 모습이기도 하지요.

 반면에 라이더는 철저하게 왕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그 주장을 잘 살펴보면 세이버가 말하는 것처럼 단순한 폭군의 횡포가 아니라 사람들보다 언제나 앞서 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자야말로 왕의 자격이 있다는 말입니다. 신민들이 “모두가 왕과 같이” 되기를 바라며 향상심을 품게 만드는 것이 라이더가 말하는 왕도의 진정한 목적이지요. 약간 이상한 비유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떤 면에서는 ‘패션리더’나 ‘얼리어답터’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라이더의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논어 등의 군자개념에 버금가는 훌륭한 개인으로 상정한 “긍지에 찬” 혹은 “대범한” 사람과도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독교식의 겸허하고 금욕적인 성인을 부정하고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며 부와 명예를 중시하지만 결코 거기에는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위풍당당한 인물을 긍정했다고 하지요.

 물론 실제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점은 거의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된 견해라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위 픽션에서는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마케도니아의 왕자가 스승으로 알려진 현자의 사상을 잇고 있다는 점이 또 숨은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기독교적인 가르침과 통하는 면이 있는 세이버의 왕도를 라이더가 부정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흐름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위정자에게 요구하는 모습은 세이버의 왕도에 가깝다고 생각되나, 의외로 이 부분을 읽은 팬들 사이에서는 라이더의 왕도가 지지를 많이 받는 것 같더군요. 그 이유로는 머뭇거리는 세이버에 비해 호쾌하고 당당한 라이더의 태도나 성배문답 뒤에 보여주는 ‘왕의 군세’의 멋진 모습인 덕분도 있겠으나,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욕망을 분출시키는 데에 익숙한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답답한 세이버의 주장보다는 거침없는 라이더의 말이 더 매력적으로 들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라이더는 세이버의 왕도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동떨어진 이상(理想)이며,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성인은 불쌍한 이를 어루만져 줄 수만 있을 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 수는 없다고 신랄한 지적을 가합니다. 라이더의 지적에는 저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래도 역시 위정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세이버가 말하는 금욕적인 왕도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극의 분위기 상 간과되고 있기는 하나, 실은 라이더가 말하는 왕의 모습 역시 세이버가 주장하는 성인왕(聖人王)만큼이나 실현하기 어려운 이상(理想)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라이더의 왕도가 성립하려면 왕은 '모든 방면에서 다른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인물'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언제나 사람들 앞을 걸으며 최상의 욕망실현을 보여주는 것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현실에는 그런 완벽한 인물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군주정에서는 신분에 따라 ‘규제’가 존재하고 ‘차별’이 존재합니다. 실질적으론 별로 우수하지 않은 데도 제도상 사람 위에 서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예 규율로서 밑의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지요. 즉, 현실의 왕들은 라이더가 말하는 것처럼 신민들에게 “우리도 왕과 같이” 되고 싶도록 향상심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는 도저히 왕에 범접할 수가 없는 미천한 이들”이라는 패배적인 선입견을 심어주는 데 치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압도적인 권력을 가진 위정자가 세이버의 왕도처럼 행동을 해야 그나마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라이더의 왕도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상을 가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각자가 “왕”이라는 마음으로 미래를 개척하기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주장이라 생각되지만, 한 나라를 이끌고 다른 많은 개인들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힘을 가진 위정자가 가질 만한 신조로는 합당치가 않다고 생각되네요.






TRACKBACK 0 AND COMMENT 10
  1. Favicon of http://sarange.net BlogIcon 밋첼™ 2011.12.22 08:41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과거의 인물들을 불러내어 전쟁을 치른 다는 것 부터가 재미있네요
    그런 인물들이 다시금 시대를 통치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당파싸움을 해대는 그들을 한칼에 베어버리거나.. 잡종 취급을 하려나요?
    정치를 하면서 책임은 뒤로한채 잘난척만 해대는 누군가들에게도 보여주면 좋겠네요...

    오늘이 동지입니다. 팥죽! 꼭 드시고~
    날씨 많이 춥네요. 내일은 영하 11도까지도 내려간다고 하니...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 가득한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garamdong.tistory.com BlogIcon 안단테♪ 2011.12.23 01:25 신고 address edit/delete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저도 부족한 실력이나마 번역한 보람이 있어 기쁘네요^^ 확실히 전설이나 역사 속의 먼 옛날의 인물, 그것도 픽션의 캐릭터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만큼은 주목할 만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처럼 요즘 위정자들은 정치가라기보다는 정치꾼인 분들이 많다고 여겨져 씁쓸하네요···.

      에고, 아쉽게도 동지 팥죽은 못 먹고 넘어가고 말았네요^^;; 밋첼 님께선 잘 드셨는지요. 전 내년을 다시 노려봐야 겠어요~ 영하 11도라니 듣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떨리는 느낌이네요;;; 밋첼 님도 방한 잘 하시어 감기 걸리시는 일 없이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2. Favicon of http://yuuren.tistory.com BlogIcon 유우렌 2011.12.22 18:00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사실 라이더의 주장은 끝까지 파고들었을 때 상당히 위험한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주장은 왕이 건재할 때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죠. 허나 그의 사후에는 그만큼 왕이라는 지위를 동경하는 다수의 무리들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겠지요. 여기까지는 단테님께서 올려주신 번역 내용에도 들어있군요. 라이더는 이것에 대해서 아무런 후회도 없다고 했지만, 과연 국가가 그렇게까지 된 책임에 있어서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국가가 멸망한 것을 단순히 '나의 신하들의 책임'으로 넘겨버리고 자신만이 홀로 그 부담감에서 빠져나오겠다는 것일까요? 물론 그의 사후에 몇 대에 걸쳐서 국가가 유지되었다면 공동체가 붕괴된 책임에서 어느정도 면제가 되겠지요. 허나 알렉산더 대왕이 요절한 직후 국가가 그 모양이 되었는데, 여기에 어떠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면 그를 제대로 된 위정자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왕은 남다른 대우를 받는만큼 그에 걸맞는 책임도 따르는 것일진데, 라이더의 주장을 계속 듣고 있자니 그가 어떠한 책임을 가지고서 국가를 경영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픽션이라는 가정하에서요. 그가 약탈한 영토나 전쟁에서 승리한 것 등은 확실히 국가발전에 이바지했겠지요. 헌데 그 모든 것을 인간이 누리는 욕망의 한계에 다다르는 것으로 해석해버리다니, 이건 단순히 욕망을 추구하는 행위가 우연하게 국가를 살린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라이더같은 가치관을 갖고있는 위정자가 약소국을 통치하고있다면 이건 단순한 폭군이네요. 자신의 말로는 폭군이기에 영웅이라는데 과연 이것을 여기에도 대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세이버의 경우는 치세에 대한 책임감은 넘쳐나지만, 반대로 백성들에게 통치자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왕 사후에는 라이더의 결말과 똑같네요...;; 다만 차이점이라 하면 세이버의 경우는 국가의 쇠락이고 라이더의 경우는 국가의 사분오열이라는 것이지만...
    역시 뭐든지 중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왕의 호탕함도 보여주는 동시에 그만큼 책임감도 가져줘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단테님과 같은 생각이군요.

    그리고 길가메시는... 뭐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아니, 사실 제시된 내용이 별로 없어서 뭐라 토를 달 수도 없는 듯...

    • Favicon of http://garamdong.tistory.com BlogIcon 안단테♪ 2011.12.23 01:43 신고 address edit/delete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4차의 라이더는 저도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이고 그 주장에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찬성해도 될 만한 왕도라고 보기에는 힘들지요. 특히 '책임' 부분을 지적하신 것에 가장 공감이 가네요. 확실히 옛날 군주정과 현재의 민주정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역시 국정을 잘못 운영했을 때 정치적 책임을 지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 같더군요. 물론 과거의 왕들도 책임을 아예 지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정자들이 짊어지는 책임과는 비할 바가 못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4차의 라이더 캐릭터는 역사 속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거의 전제국의 군주에 가까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사상적인 면에서도 제법 구현이 잘 된 것 같아요. 지금처럼 국민들이 대표로서 위정자를 뽑는 게 아니라 그저 특출난 자신이 왕으로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 같은 건 애초에 고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었을 듯...

      반면에 작중의 아서왕은 그 등극 방식부터 국민의 투표로 뽑지 않았다 뿐이지, 검에 의한 선정(하늘의 뜻)으로 백성들을 대표해 구국의 영웅으로 활동하는 면이 강했으니 자연히 책임을 중시하는 쪽에 왕도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듯싶더군요.

      허나 실제로 역사에선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헬레니즘 문화의 꽃을 피운 반면에 아서왕 전설에 많은 영향을 준 기독교 문명은 오랜 기간 중세의 서양을 정체에 빠뜨린 것을 생각해 보면 결과론적으론 라이더의 왕도가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등 머릿속이 좀 복잡해지네요^^;;

      물론 그 부분은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기울어가는 중이라고는 하나 마케도니아가 규합한 그리스 문명은 그동안 쌓아올린 저력이 어마어마하기도 했고, 또 알렉산드로스 본인도 역사적 실존인물 중에서는 가장 신화적인 업적을 세운 인물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대단한 왕이기도 했으니 단순히 라이더의 왕도가 옳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만 보기에는 힘들겠지만 말이에요. (애초에 위의 라이더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픽션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라이더의 왕도에는 책임감이 부존해 위험하다는 지적에 정말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황새 잘못 따라가다가 다리 찢어진다는 말처럼 작중의 라이더와 같은 규격 외의 기량이 있다면 모를까 저희 같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함부로 그런 왕도를 긍정했다가는 누구도 수습하기 힘든 엄청난 비극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길가메시는, 아마도 나님의 나님에 의한 나님을 위한 왕도로 요약될 수 있을 듯^^;;

    • Favicon of http://yuuren.tistory.com BlogIcon 유우렌 2011.12.23 02:08 신고 address edit/delete

      음, 그렇군요. 확실히 이스칸달이 생존했던 시대상에 비추어보면 긍인될 수 있는 가치관이 될 수는 있군요. 헌데, 그렇다는 것은 애초에 세이버와 라이더의 논쟁에 깔린 기본 전제부터가 어긋나있었다는 것인데, 그 상태로 문답을 진행시키다니 어쩌면 배경지식이 적은 독자들의 경우는 이를 통해 상당히 편파적인 정치관을 갖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 역시 픽션이라는 전제하에서 말하는 거지만요 ^^; 아무튼 인간의 인식은 그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법인데, 작중의 라이더는 그 점을 간과하고 세이버의 신념을 무시해버리기만 하니, 저는 이런 점이 꽤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4차 성배전쟁에서는 이스칸달, 5차에서는 아쳐(에미야)를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삼고있지만, 역시 위와 같은 주장은 비판받아야 할 것 같아요.

      흠...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단테님의 답글을 보면서 다시금 푸코의 '에피스테메' 개념을 떠올리게 됐네요. 저도 아버지께 철학교육을 받으면서 몇몇 주제에 있어서는 상대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볼 것을 지적받았는데, 이번에도 그것을 간과하고 말았네요. 언제나 이 블로그에 댓글을 달면서 여러가지를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테님께 부러운게 하나 있다면, 정말 어휘력이 뛰어나신 것 같아요. 으허 저도 언제 그런 고급스런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될지 ㅠㅠ 역시 작가님이십니다 -_-b

    • Favicon of http://garamdong.tistory.com BlogIcon 안단테♪ 2011.12.24 01:42 신고 address edit/delete

      길가메시는 무려 이불 속 처녀 운운하며 성희롱을 하지 않나, 라이더는 힘찬 웅변과 멋진 연출에 가려져서 그렇지 정말 자기 할 말만 싹 다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세이버가 불쌍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죠;;; 특히 라이더가 왕의 군세를 소환해 나는 친구가 많다(!)는 것을 과시하는(?) 부분에서는 가장 가까운 가신은 물론 혈육에게마저 배신 당한 세이버가 비참하게 보일 정도(...) 허나 또 그런 부분에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면 과연 전 S인 걸까요, M인 걸까요? (퍽)

      으, 그나저나 미숙한 절 너무 높게 사주시니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는 말처럼 스완 님께서 멀리까지 보이시니 저도 괜찮게 봐주시는 것 같아 송구스럽네요. 저야말로 매번 스완 님과의 의견교환이나 블로그 포스팅에서 많은 걸 얻어가고 있답니다^^

  3. Favicon of http://ksodien.tistory.com BlogIcon ksodien 2011.12.26 00:03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성배 문답편에 대한 상세한 분석 내용 잘 봤습니다~ :)

    왕으로서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신념과 추구하는 가치관 등에 차이가 있었을 뿐, 세이버와 라이더 모두 나름 훌륭한 업적일 이룩한 전설적인 왕의 위명에 어울리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이외에, 길가메시의 경우에...는 안단테님과 스완님께서 위에 댓글로 의견을 교환하신 내용과 같이 『자의식 과잉에 가까운, 왜곡된 형태의 영웅왕』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


    비록 세이버와 라이더는 각기 활약했던 시대상의 차이에 따라 다소 다른 가치관과 신념ㆍ정의 등을 확립하여 성배 문답에서 줄곧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빛나는 왕의 위광 뒤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왕의 역할과 국가의 발전에 대해 고심했던 영웅적인 면모 역시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세이버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쳥렴결백하며 올곧은,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왕의 체현을 통하여 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강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그러나 안정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국가의 발전 정책을 추진한 반면,

    라이더의 경우에는 제국주의 정책에 기반을 둔 빠른 영토 정복을 통하여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에게 행복을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끊임없는 전쟁이란 결국 이에 참여하는 당사자 -국민- 들에게 심신의 피폐함을 안겨줄 뿐이지만,만약 세계 정복에 가까울 정도의 영토 확장을 이루어내고 식민지 운영(이라고 쓰고 수탈이라고 읽...)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그 혜택을 자신의 국민들에게는 나누어줄 수 있을테니까요.


    음, 그러니까 식견이 다소 얕은 저의 지식 수준 내에서 설명을 하자면..;

    로마가 지속적인 정복 활동을 통하여 상당한 영토를 획득하고 식민지 정책을 통하여 적지 않은 이익을 창출하게 된 이후, 로마의 시민이었던 국민들 중 상당 수가 귀족에 가까운 삶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던 부분에 비추어 이러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라이더는 자신의 국민들 한명 한명이 모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강함을 지니기를 원했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

    세이버가 제시한 이상적인 왕의 인도에 의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한 국가 기틀의 형성과 강화ㆍ백성들의 사상 계몽에 따른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국가 발전 정책은 틀림 없이 훌륭해보이지만, 나름의 리스크 역시 존재하니까요.


    강대한 국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체계적으로 안정화된 국가의 틀이 갖추어질 때까지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 필요한데다, 이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그 가시밭길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왕이 없어야할테니까요.

    하지만, 과연..?;

    일반적인 인간의 범주 내에서 생각해본다면 아무리 막중한 책임을 지닌 왕이라 하더라도,

    FM대로 살면서 추가 근무에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그야말로 자신을 불살라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려 하기 보다는 적당히 일 때워놓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편하게 지내고 싶을테니까요.


    설령 세이버가 당대에 성공적으로 위업을 달성했다하더라도, 그 이후 2~3대를 거치면서 흐지부지 되지는 않았을는지... 'w');

    게다가, 세이버는 보다 수동적인 국민의 상을 원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이 부분에서도 라이더와 정반대의 평행선을 달리는군요;)


    뭐, 결국은 각기 다르지만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는 군주의 상을 추구했던 영령들의 대화인지라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_+)!!

    ※※※※※※※※※※※※※※※※※※※※※※※※※※※※※※※※※※※※※※※※※※※※※※※※

    아, 결론적(?)으로 저는 세이버의 군주론에 찬성하는 편입니다!(응?;)

    라이더가 추구하는 왕의 위상이란, 그 업적을 이을만한 재목이 후계자가 되지 않는 한 당대에 그칠 뿐더러... 목적을 위해 어떠한 수단이든 정당화 할 수 있다는 사상의 일반화라는 시한 폭탄을 안고 가게 되니까요.

    물론, 이상이란 아름답고 원대하기에, 그만큼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는지...


    p.s- 저도 스완님처럼 단테님 블로그에 와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워갑니다.. ㅠ_ㅠ)b

    뭐라고 해야할까, 요즘 어렵고 복잡한 것보다는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시대의 경향이 되기도 했고, 이래저래 사회 곳곳에서 사고의 단락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지라...


    단테님처럼 블로그에서 무엇인가를 깊게 고찰하면서 한편으로는 취미 생활과도 연계시킬 수 있는 분이 드문 것 같아요! +_+)b



    • Favicon of http://garamdong.tistory.com BlogIcon 안단테♪ 2011.12.25 21:51 신고 address edit/delet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작중에 등장하는 왕들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통치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과 신념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특히 현대의 우리 사회 위정자들은 실망스러운 이미지가 만연해 있는지라 한층 이런 픽션에 끌리게 되는 것도 같더군요.

      말씀처럼 기사왕의 왕도가 정적이고 소극적이라면 정복왕의 왕도는 동적이고 적극적이지요. 예로 드신 로마 제국을 비롯해 동서양의 많은 열강들이 타국을 침략하는 형태로 역사를 움직여 문명을 발달시켜 온 부분도 분명히 적지 않으니 정복왕의 자신만만한 왕도자랑을 부정하기 힘든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왕도가 자아내는 시대의 물결에 저항할 도리 없이 휩쓸려가는 힘없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마냥 좋게 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지만요^^;;

      어떻게 보면 기사왕의 왕도를 긍정할 수 있는 것도 문명이 발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어요. 흔히 비꼬는 말로 배가 부르니까 딴 생각을 한다고도 하는데,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자면 물질적인 면이 안정이 되어야 이상을 추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역시 가장 좋은 건 세이버의 청렴결백과 라이더의 향상심을 조화시키는 것이 아닐지^^

      으, 소디언 님께서도 과찬의 말씀을 보내주시니 막 얼굴이 붉어지는군요. 그저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또 없네요^^ 저야말로 소디언 님의 알찬 리뷰와 점점 굇수(...)로 진화하시는 연출실력에 매번 감탄하며 잘 보고 있답니다~!

  4. 베라모드 2013.07.25 21:45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알렉산드로스(이스칸달)의 정복활동은 페르시아 원정까지만하더라도 마케도니아 인들이 지지하던 원정이었기에 별 불평 없이 왕의 명령에 따랐지만 왕의 이상에 찬동해서 따랐다기보단 정복자로서의 영예를 누리고 싶어서(혹은 평소 잘난체하던 놈 한대 패주자) 라는 개개인의 욕망에 충실했다고 보는 쪽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페르시아 원정 이후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휘하 장수들에게 잦은 반발과 반란 위협을 겪었으며 인도 원정 조차 제대로 된 성과 없이 병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철군해야 했었습니다. F/Z에서 나온 이스칸달의 왕도가 역사속의 알렉산드로스의 그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실제 역사속에서 왕의 이상에 반해 죽어서까지 우르르 몰려오는 충직한 부하들이 있을 정도로 이상적이었냐면 글쎄올시다(...)라는 생각만 듭니다. 페르시아 원정 직후까지라면 그럭저럭 납득할만합니다만 그 이후는 철저히 왕의 개인적 욕망에 의해 죄없는 병사들만 사지로 내모는 폭군이라는 말밖에 안나오거든요. F/Z에서 등장하는 이스칸달은 정복왕으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은 보여줬지만 후대의 독단적인 폭군으로서의 면은 스리슬쩍 묻어버린 경향이 있어 조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덤으로 '모든 면에서 만능인 지도자'는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라기보단 스승인 플라톤의 철인정치 쪽에 더 가깝죠(다만 이쪽은 단순히 잘난 놈을 데려다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잘난놈들을 모아다가 고르고 골라서 아주 철저한 검증 후에 세우자는 이론이지만...)

    • Favicon of http://garamdong.tistory.com BlogIcon 안단테♪ 2013.07.26 00:25 신고 address edit/delete

      작중의 세이버나 길가메쉬에서 이미 알 수 있는 것처럼 Fate의 영령들은 어디까지나 실존 인물이나 신화 등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뿐이지, 현저하게 다른 인물을 그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는 별개의 존재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에는 전국 BASARA라는 작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지요. 제가 위에서 논한 이스칸다르의 왕도 또한 실존인물 알렉산드로스와의 관계보다는 '작중에서 설정되어 있는 이스칸다르'의 이상적인 군주의 면모를 고찰한 것뿐이랍니다.

      또한 제가 위에서 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범한 사람'은 작중 이스칸다르의 주장과 인물상이 그에 가깝다는 것이고,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지도자'는 작중 이스칸다르의 왕도가 긍정되기 위해서는 왕이 그러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미로서 '대범한 사람'과 '만능의 지도자'는 별개의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랍니다.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679)
잡다한 일상단상 (144)
즐긴작품 떠들기 (35)
타인정원 엿보기 (23)
환상정원 가꾸기 (477)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